표면 형성 물질에 따라 여러 종류의 사막이 있다는 걸 스물이 넘어서야 알았다면, 사막이 남극과 북극에도 있다는 걸 서른이 넘어서야 알았다면 너무 무식한 걸까? 이란의 카비르 사막 언저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모래사막은 아니었지만 분명 식물이라곤 자랄 수 없는 자갈과 돌로 뒤덮인 땅이었다. 처음에는 드디어 사막을 보게 되었다고 좋아라 했다. 그러나 첫 경험의 환희는 다음날도 같은 풍경을 지나는 사이 한 달째 잊고 물을 주지 않은 화초처럼 시들어버렸다. ‘똑같은 풍경’은 ‘아무것도 없는 풍경’과 다를 바 없었던 것. 결국 내가 할 일이라곤 버스 유리창에 기대어 공상을 하는 일밖엔 남아 있지 않았다. 어렸을 땐 사막 어디쯤에 바벨탑이 있으리라고 상상했지. 아마도 그런 상상의 뿌리엔 가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