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5

[15] 굿 바이 파키스탄, 굿 바이 폴 !

[눈 뜨면 다른 도시여라]라는 카테고리 속에 그 시절의 여행길을 기록하는 동안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가는 마지막 달을 남겨두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나는 서둘러 [다이제스트판]으로 달려가야 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아마도 이야기하고 싶었던 여러가지 것들을 그냥 넘어가야 하리라. 카슈가르에서 숙소로 안내해주었던차이나 걸,역광장 한가운데 양복 바지호주머니에 손을 꽂고가래침을 탁 뱉던 중국인 아주머니, 중국대륙횡단열차에서 만난 前 한국외국인노동자파키스탄인 사내,외국인 Free 북경의 나이트클럽, 도심의 역주행 차량들,동부공단지역굴뚝의 시커먼 연기,어마 어마한 규모로 건설되고 있던 아파트 단지, 그 외에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예고했던 사건들의 디테일같은 것.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트럭이 수스트에 도착하자 폴과 ..

[14] 히말라야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훈자에서의 아침은 고요하다. 그 고요함의 한 가운데좌우로길게 뻗은길이 지나간다.카라코람 하이웨이다.히말라야의손금같은그 길을 따라은행나무가 마치플라톤의 이데아에서 가져온듯한 정말 샛노란 빛깔을하고 서 있다.훈자를 둘러싼설산들처럼 은행나무들은키가 유난히 크고,가지들은마치 미류나무처럼위로 위로 뻗어가고있다. 그건 마치 노랗게 타오르는촛불처럼 보인다.아마도 다시는 그렇게 샛노란 은행잎은 보지 못할 듯 하다. 그건비틀즈의 노란 잠수함처럼 노란이상향으로남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이동수단으로,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웃음으로 넘었던기억 속으로천천히 녹아 든다. 폴과 나는 그날 바로 중국 국경을 넘기 위해 아침 일찍 게스트 하우스를 빠져 나왔다.나는 가죽 점퍼를 폴은 두터운 파카로 4,67..

[13] 불의 동맥, 세계의 지붕에서 삐노는 이렇게 보았다.

이 행성에서는평등해지는 데 있어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상대가 있는 높은 쪽에 맞춰 내가 올라서는 방법, 또 하나는 내가 있는 낮은 쪽으로 상대를 끌어내리는 방법.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꿰뚫어 보았던프리드리히 니체란 친구는인간은 통상 후자를 택한다고 말했었지.훈자.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자전세계적으로장수 마을로 알려져 있는 곳. 그러나, 예전처럼 사람들이 장수를 누리지는못한다고 한다.하늘의 뜻에 따라 살던 이들은 관광객으로 인한 자본의 유입과 함께 눈을 점점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그들의 수명은 100살에서 차츰 차츰 낮아져, 산 아래 사람들과 점점 평균을 맞춰가고 있었다. 폴과 나는 가파른 오솔길을걸어 오르며 게스트 하우스를 찾았다.폴은[론리 플..

[12] 온몸의 세포마다 꽃이 피는 곳, 카라코람 하이웨이!!

- 나, 내년 여름에 히말라야로 갈꺼다.- 뭐? 회사는?- 내년 7월쯤에 그만 둬야지. L의 말에 벗들은 안정된 대기업을 그만 두고 왠 히말라야냐, 결혼은 언제하고, 애는 언제 낳고, 아파트는 언제 사냐며 녀석의 다리를 붙잡았다. 대학시절, 자신의 동아리에서빌린 장비와나를 데리고 암벽 등반이나 릿지 등반(폭 2m 정도의 깍아지른 절벽 사이를 뛰어넘을 때면 온몸의 세포들마다 꽃이 피곤 했다. 고작 1초도 안 될 시간과 제자리 뛰기로도 충분히 넘을 2m의 거리가 아래가 깍아지른 수십 미터 절벽이고 보면, 허공을넘어 착지할 때까지 걸리는시간이마치 10초는 되는 듯 느껴지고, 그때 내 몸의 모든 세포들 마다마다에서피던 꽃들!!!)을 하곤 했던 L에게 히말라야는 언제나 꿈의 사과였다. 내가 말했다. - L, 너 ..

[11] 삐노, 국제기자 되다 - 웃음의 핵 폭탄, 목숨을 지켜라!!!

20세기말, 장자크 아노가 영화로도 만들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움베트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14세기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요한 계시록을 흉내낸 묵시록적인 주검들의 원인은 윌리엄 수도사의 비범한 통찰력으로 한꺼풀 한꺼풀씩 베일이 벗겨지고, 베일이 모두 걷힌 자리에는 아무도 읽은 사람이 없으며, 영원히 사라졌다고 알려진 한 권의 책이 놓여져 있다. 시학(詩學) 제2부. 진리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재담이나 말장난도 그리 큰 허물이 되지 않으며, 재담이나 말장난이 진리를 나르는 수레일 수 있다면 웃음 역시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역작독 묻은 책을 스스로 먹어 치움으로써, 이 책이 세상의 빛을 볼 수 없게 했던 호르헤 신부는 ..

[10] 이니스프리 탈출과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의 시작

나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 그곳에 진흙과가지를 얽어작은오두막을짓고/콩밭 아홉 이랑, 꿀벌통 하나/ 꿀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타고 평화는오리 /밤은 환하고 낮엔 보랏빛 어리는 /저녁이면 방울새 날개소리 들리는 거기.나 일어나 지금 가리,밤에나 또 낮에나 /호숫물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듣노니 /맨길에서도, 회색 포장길에서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 소리를.- W.B 예이츠의이니스프리 호수 섬中그날 아침,침낭 밖에서 들려오는 잉잉 거리는 소리가 그저 워커맨의 STOP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잠든 탓이라고 여기며 뒤척거릴 때였다.토마스가 잔뜩 긴장된목소리로, 그러나 나즈막하게 불렀다. - R, 일어났어?- 응. - 문제가..

[9] 타바코 행성에서 날아온 평화 사절단의 비행선

우리는 평화를 지겨워하는 자들 틈에 너무 오래 살았구나. 평화, 이 말 한마디만 해도 저들에게는 싸움 거리가 되는구나. I am tired of living here among people who hate peace. As for me, I am for peace, but when I speak, they are for war! [시편 121장 6~7절]이슬라마바다에서 내려 소고기와 콩을 갈아 만든 ‘달’과 ‘짜파티’로 저녁 식사를 하고 캠프 앞에 이르렀을 때, 그곳은 또 다른 사람들과 함성으로 붐비고 있었다. 한적하던 4차선 도로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로 붐 비는 것은 캠프에서 지낸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군중들은 햇불을 들고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고, 50미터 가량 거리를 두고 서 있는 또 다른 무리..

[8] 빽 투 더 퓨처 - 다라의 무법자들과 하시시 폭탄

폴에게서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지대에 있는 ‘다라’라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그 마을이 삼한 시대 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소도(蘇塗)’와 같은 곳인 줄 알았다. 다라는 파키스탄 정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치외법권 지역이라는 것. 그러나, 신(神)이나 초자연적인 존재들과 영적 교류를 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가, 하는 나의 종교적 상상과는 달리 폴이 수집한 정보를 종합해 보면 그곳은 소도와 같은 종교적인 성지가 아니었다. 샤머니즘이나 불법(佛法)이 아니라 불법(不法)행위가 허용되는, 군대나 경찰조차 손 댈 수 없는 지역이란 것이다. 총기소지, 음주와 마약, 달러, 프랑, 엔, 각 나라의 위조지폐와.....- 갈 수 있어? 그리고 폴과 나의 서부(Western)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

[7] 老 히피와의 인터뷰 혹은 사과에 대한 명상.

그날, 인터뷰이(Interviewee)인 토마스는 캠프 깊숙한 곳에서 구해온 청정한 마리화나 이파리를 C- 1 건물동 앞의 공터에앉아 햇빛에 말리고 있었고, 인터뷰어(Interviewer)인 나는 그로부터 전수 받은 하시시 원시 제조법의 세번째 공정인"햇빛에 손바닥 말리기"를 하고 있었다. 하시시는 일명 초콜릿으로 불리는데 허쉬 초콜릿 한 조각 정도의 분량이면 마리화나 이파리로 만든 궐련 수십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부피를 줄이면서휴대하기엔딱이었다.다음은老히피, 토마스와나눈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인터뷰이다. 어쩌면 사과에 대한 명상이라고 해야 할.- 1969년 우드 스톡에 가셨어요?- 물론. 그곳에 있었지-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소감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 우드스톡의 느낌?.....

[6] 히피 빌리지, 1969년 우드스톡의 목격자

내가 처음으로 히피들을본 것은런던에서, 댐즈강을 오가는 유람선의 선원으로 일하며 지내던 동네에서였다. 언더그라운드에서내려집으로 오는 길에는 펑크족과 타투족 - 그들의 외모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면 [전사의 후예]라는뉴질랜드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날, 불면증에 맥주나 한 잔 하려고 집을 나서 조용한 거리를 걷다가 오늘은 이 집에서 마셔볼까, 술집의 문을 열었을 때, 귀청을 찢는 음악 소리와 실내에 가득 찬문신의 사내들과펑크 머리의 여자들. 낯 선 동양인에게 꽂히던 수십개의시선. 이럴 땐 정말 문을 닫고 나가기도,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쉽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 원 파인트 비어! )들이 하드 락의 열기와 뿌연 연기 속에서온몸을 부딪혀 대는클럽이 있었고, 큰 길에서 나의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