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서(西)에서 동(東)으로 오는 사이 창 밖의 풍경은 극명하게 달라져 갔다. 사막이 진경 산수화로, 진경 산수화는 어느새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는 공장들과 거대한 아파트 공사장으로 바뀌었고, 북경역에서 우리는 내렸다. 한때 자신이 노동자로 일했던 한국으로 향하는 젊은이에게 호의를 베풀어 주었던 파키스탄인은 자신의 동료들과 함께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가야 한다면 떠났다. 그는 그 여행길에서 ‘노인들의 모습’ 외에는 한국에 대한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알 수 있었다. 그가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겪었던 수많은 부당 노동행위와 체불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속으로 삼켰다는 것을. 작별의 인사를 건네는 ‘前외국인노동자 인 코리아’의 눈동자 속에 파키스탄, 태국, 베트남, 미얀마, 네팔의 노동자들이 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