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 2

썸플레이스 15 - [불가능한 여행기]와 세인트로렌스강

자크 카르티에가 도착한 지 474년 후, 유람선을타고 몬트리올을 지나며인공위성이 없던 시절, 그러니까 GPS도, 비행기도, 여행가이드북도 없던 시절의 여행자는 어떻게 대륙을 횡단하고 대양을 오갔을까? 물론 콜럼부스가 달걀을 깨뜨리기 전부터 지도는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전까지 유럽의 지도라는 것은 부둣가 뱃사람의 허풍보다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지도 제작자들은 항구에서 떠도는 소문들에 기초해 최신판 지도를 만들어 내기 일쑤였고, 어떤 지도 제작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섬을 갖고 싶다는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가상의 섬을 그려 넣기까지 했으니까. 그러나 서해에서 보물선을 건져 올리겠다고 용쓰는 사람들이 21세기에도 존재하듯이, 엉터리 지도와 소문을 믿고 먼 길을 떠나고 바다를 건너는 사람들이 당시엔..

썸플레이스 14 - 여행일정표는 찢어버려라 - 임어당의 [생활의 발견]

v 11월의 소슬한 바람이 길을 떠나라고 유혹했어요. 보닛에 쌓인 낙엽을 걷어내고 시동을 걸었죠. 돌아올 시간도, 정처도 정해 두지 않았어요. 그저 남하(南下) 중인 단풍의 꽁무니를 따라가야겠다는 생각 뿐. 그러나 단풍의 꽁무니를 따라붙기도 전, 앞차 꽁무니에 붙어 서고 멈추고 서고 멈추기를 반복해야 했어요. 그래서 케이크의 란 노래가 떠올랐죠.우린 길게 늘어선 차량의 뒤를 따라가고 있어.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라며. 모두 이 길에서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이 길은 끝이 없어. 구부러진 길 위를 돌아 제자리로 올 뿐 - 롱 라인 오브 카, 롱 라인 오브 카, 롱 라인 오브 카...그 후렴구를 백만 번은 반복하고서야 서해안고속도로에 진입했어요. 그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맹렬한 속도로 추월하는 차량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