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정말 인도 바라나시의 가트에 다시 온 듯했다. 경남 고성군을 지나가는 77번 국도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지’ 이정표를 지나가는 순간, 샛길에서 뿜어져 나오는 어떤 냄새(나는 이것을 로드 페로몬이라고 부른다)가 나를 끌어당겼다. 급히 핸들을 꺾었다. 바다로 향한 샛길의 끝, 선착장에 차를 세우고 왼쪽으로 난 언덕을 넘었다. 파도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깎여나간 해변의 바위가 계단처럼 층계를 이루고 있었다. 남해안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앞만 보며 걷다가 고개를 숙이는데, 헉! 고라니 한 마리가 죽어 있었다. 박제된 동물마냥, 사지를 뻣뻣하게 뻗은 채 눈 부릅뜨고 죽은 고라니. 며칠이나 지났을까. 뚜렷한 상흔도 없고, 해안가였으니 로드 킬은 아니었으리라. 문득 갠지스 강변의 화장터 풍경이 떠올랐다. 말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