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야영장, 숲 속 오두막에서 맞이한 아침. 침낭 밖에서 아련히 들려오는 잉잉거리는 소리가 그저 워크맨의 멈춤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잠든 탓이라 여기며 뒤척거릴 때였다. 곁에 누워 있던 폴란드 친구, 폴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R, 일어났어?” “응” “문제가 발생했어!” “전쟁이라도 터졌어?”(침낭을 후딱 뒤집고 일어나려는 찰나) “안 돼! 일어나지 말고 천천히 침낭 밖으로 고개만 내밀고 봐.” 좀처럼 긴장하지 않는 폴의 목소리가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구나, 하고 짐작은 했지만 침낭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라본세상은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이었다. 잉잉 잉잉 천장부터 사방 벽에 수천 마리 벌들이 달라붙어 있었고, 수백 마리 벌들이 잉잉거리며 천장, 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