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뉴스_대륙횡단여행

[7] 老 히피와의 인터뷰 혹은 사과에 대한 명상.

삐노 2006. 9. 17. 17:08


그날, 인터뷰이(Interviewee)인 토마스는 캠프 깊숙한 곳에서 구해온 청정한 마리화나 이파리를 C- 1 건물동 앞의 공터에앉아 햇빛에 말리고 있었고, 인터뷰어(Interviewer)인 나는 그로부터 전수 받은 하시시 원시 제조법의 세번째 공정인"햇빛에 손바닥 말리기"를 하고 있었다. 하시시는 일명 초콜릿으로 불리는데 허쉬 초콜릿 한 조각 정도의 분량이면 마리화나 이파리로 만든 궐련 수십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부피를 줄이면서휴대하기엔딱이었다.다음은老히피, 토마스와나눈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인터뷰이다. 어쩌면 사과에 대한 명상이라고 해야 할.

- 1969년 우드 스톡에 가셨어요?

- 물론. 그곳에 있었지

-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소감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 우드스톡의 느낌?......흠....자네, 사과의 맛을 말해줄 수 있나?

- ?

- 우드 스톡에서의 느낌이 어떠했냐고?.......하아!

그는 반세기 동안 퇴색되어온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하고 웃음을 내어 보였다. 그의 웃음은 마치 선사(禪師)들이 부처가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할! 하고 언어 저 편의 소리를 통해 답을 들려주는 것만 같았다. 그가바싹 마른 마리화나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내어 뱉었다.

-여기 사과의 맛에 대한책이 있어. [사과의 맛에 대한 역사적 변천과정], [사과의 맛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 [사과의 당도에 대한 비교 분석], [사과의 맛에 대한 성분 분석]......수천권의 책들을 모두 다 읽는다고 해도 사과의 맛을 알 수는 없어. 물론 그 책들을 읽고사과에는 다량의 구연산이 들어 있으며, 포도와도 다르며 복숭아와도 맛이 다르다는 것, 그 과육이 바나나와도 다르며 오렌지와도 다르다는 것을 알수는 있겠지.

사과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보기 위한 지식은 필요해. 그리고 껍질을 벗기거나, 이빨로 껍질 안까지 베어 물어야 한다는 것도. 자네가 '사과의 맛'을 알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란 딱 여기까지야.


언어나 지식을통해서 '사과의 맛'을 전달할 수 있는 이는 수천년 전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 언어란 실상 '사과의 맛' 조차도 전해줄 수 없는, 너무나 불완전한 것이지. 그러나, 그것에 기대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바치는 어리석은 이들로 이 지구는 가득해. 언어를 통해서 내게 '사과의 맛' '라일락의 향기'를 정확하게 전해줄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의 발가락을 핥아주겠네. R, 네 발가락을 핥아줄테니 나에게 사과의 맛을 말해줄 수 있겠나? 네 똥구멍을 핥아줄테니 라일락의 향기를 말해줄 수 있겠나?

- ......

- 나에게 한 친구가 있었네. 그는 사과의 맛에 대한 책을 30, 바나나의 맛에 대한 책을 30, 체리의 맛에 대한 책을 30, 포도의 맛에 대한 책을 30, 복숭아의 맛에 대한 책을 30, 오렌지의 맛에 대한 책을 30.....두리안의 맛에 대한 책을 30권을 읽었지. 그는 과일에 대한 거의 모든 책들을 읽고 또 읽었지. 사과의 맛과 복숭아 맛이 어떻게 다른지, 사과의 당도와 포도의 당도에 대해서, 사과의 함수율과 오렌지의 함수율에 대해서, 사과의 서식지와 두리안의 서식지에 대해서. 그는 수많은 과일들의 역사과 서식지와 맛의 차이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고, 그 또한 사과의 맛에 대한 수많은 책을 쓰고 글을 발표했지. , 그가 수천권에 달하는 과일들의 맛과 향기에 대한 지식을 습득했을 때 나는 무엇을 하였던가?

나는 사과나무가 있는 과수원에 가는데 3년을 보냈다네. (과일 가게에 가는데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는 날카로운 지적은 하지 말아주길 바라네. 그리고 그런 지적을 한다면 자네에게 경고 하겠네. 자네는 지나치게 책을 읽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과를 손에 쥐었고, 사과를 베어 먹었네. ! 이 맛! 과수원까지 가는데는 3년이 걸렸지만 사과의 맛을 아는데는 한 순간이었지. 내가 과일의 맛을 알기 위해 과수원을 찾아 다닌다면, 그렇게 3년이 걸리고 6년이 걸리고, 30년이 걸린다면, 그가 알고 있는 과일에 관한 지식의 1/10,000도 알지 못하겠지. 그러나, 그와 나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나는 사과의 맛을 알지. ! 그 맛!

나는 길 위에서 사과를 맛 본 소수의 사람들도 만났고, 사과의 맛에 관한 책만 읽은 사람들도 만났고, 사과의 껍질만 핥아대는 사람들도 길 위에서 만났지. 껍질만 핥아댄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도 들었네. 사과를 맛 본 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거짓이며, 부질없는 환상이며, 그들의 이야기란 현실을 잊는 아편에 불과하다. 그들은 사과에 혀를 대보았지만 결코 사과에서는 사과를 맛 본 자들이 말하던 그런 사과의 맛이 나지 않았다고 하더군. 그들 중 어떤 이는 사과나무의 꽃부터 사과나무의 이파리까지 혀로 핥더군. 심지어 어떤 이는 사과나무를 뽑아 뿌리까지 핥고 있었네. 사과 나무는 죽었지. 그가 말하더군. 나는 사과의 A부터 Z까지 혀를 대어 보았다. 사과를 맛 보았다는 자들이 말하는 '사과의 맛'이란 헛소문에 불과했다. 물론 그들은 적어도 언어에 기대어 사과의 맛을 알려고 하기 보다는 직접 사과를 맛보고자 했던 사람들이긴 했지. 그러나, 그들은 가장 단순한 것을 잊어 버리고 있었네.

이봐, R! 사과의 맛을 보기 위해서는 사과를 베어 물어야 하는 것이네.

나는 알고 있지. 사과와 포도와 오렌지를 맛 본 내가 어느날, 또 다른 과일을 베어먹는 순간, 모든 과일의 맛을 한 순간에 알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것을. 사과가 포도이며, 포도가 오렌지라는 것을. 그리하여 사과는 사과이며, 포도는 포도이며, 오렌지는 오렌지라는 것을. 그것은 오직 사과를, 포도를, 오렌지를 직접 맛 본 자들만이 '어쩌면' 알 수 있는 경지라네. 물론 모를 수도 있네. 그리고 베어 먹는 이들에게 정작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네. 과수원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과일들을 무르익게 하던 여름의 햇살과 과일 나무들의 이파리들을 흔들어 대던 바람을 자신도 함께 느끼던 그 순간이 행복했다면 그 뿐. 그것이 내가 1969년 이후 아직도 길 위에 있는 이유라네.


제자가 물었다.

- 사과의 맛이란 무엇입니까?

- 똥 막대기니라

다시, 제자가 물었다.

- 사과의 맛이란 어떤 것입니까?

- !

다시, 제자가 물었다.

- 그것이 사과의 맛입니까?

- 하늘이 파랗고 강물은 멀리 흐른다.

토마스에 의하면 1969년의 우드 스톡은 그런 곳이었다고 한다. 그러나,내가 옮겨 적은 그와의 인터뷰란 사실 마리화나에 취한 상태에서 나누었던대화라 제대로 통역을했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제대로 통역을 했다손 치더라도 이것은 또 다른 사과의 맛에 대한 지식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