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나, 그리고 제3의 사나이를 제외하곤 그 어두침침하고 황량한 역에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낡은 역사 앞, 뿌연 가로등을 향해 참새만한나방들이 몸을 부딪혀 댔고, 그 아래 제3의 사나이가 말했던 승용차 한 대가 매미의 성충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폴이 뒷좌석에,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제3의 사나이가 키를 꽂고 돌리자 몇 년산인지 분간할 수 없는 도요타 매미가 아무튼 죽을 때가 다 된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신음 소리를 툴툴 냈다. 그리고 헤드 라이트 불빛을 향해 참새만한 나방부터 메뚜기, 모기, 각종 풀 숲의 날벌레들이 가미가재 특공대처럼 마구 부딪혀 오는 어두운 길이 시작되었다. 제3의 사나이를 따라,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마을로 가는 길. 폴처럼 호주머니 속에 호신용 나이프를 움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