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뉴스_대륙횡단여행 17

[7] 老 히피와의 인터뷰 혹은 사과에 대한 명상.

그날, 인터뷰이(Interviewee)인 토마스는 캠프 깊숙한 곳에서 구해온 청정한 마리화나 이파리를 C- 1 건물동 앞의 공터에앉아 햇빛에 말리고 있었고, 인터뷰어(Interviewer)인 나는 그로부터 전수 받은 하시시 원시 제조법의 세번째 공정인"햇빛에 손바닥 말리기"를 하고 있었다. 하시시는 일명 초콜릿으로 불리는데 허쉬 초콜릿 한 조각 정도의 분량이면 마리화나 이파리로 만든 궐련 수십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정도로부피를 줄이면서휴대하기엔딱이었다.다음은老히피, 토마스와나눈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인터뷰이다. 어쩌면 사과에 대한 명상이라고 해야 할.- 1969년 우드 스톡에 가셨어요?- 물론. 그곳에 있었지- 1969년 우드 스톡에 대한 소감 한마디 해주시겠어요? - 우드스톡의 느낌?.....

[6] 히피 빌리지, 1969년 우드스톡의 목격자

내가 처음으로 히피들을본 것은런던에서, 댐즈강을 오가는 유람선의 선원으로 일하며 지내던 동네에서였다. 언더그라운드에서내려집으로 오는 길에는 펑크족과 타투족 - 그들의 외모가 퍼뜩 떠오르지 않는다면 [전사의 후예]라는뉴질랜드 영화를 보길 바란다. 그날, 불면증에 맥주나 한 잔 하려고 집을 나서 조용한 거리를 걷다가 오늘은 이 집에서 마셔볼까, 술집의 문을 열었을 때, 귀청을 찢는 음악 소리와 실내에 가득 찬문신의 사내들과펑크 머리의 여자들. 낯 선 동양인에게 꽂히던 수십개의시선. 이럴 땐 정말 문을 닫고 나가기도, 문을 열고 들어서기도 쉽지 않다. 에라, 모르겠다. 여기 원 파인트 비어! )들이 하드 락의 열기와 뿌연 연기 속에서온몸을 부딪혀 대는클럽이 있었고, 큰 길에서 나의 허름한 아파트로 들어서는 길..

[5] 삐노와 폴의 파키스탄 오지 마을 표류기

폴과 나, 그리고 제3의 사나이를 제외하곤 그 어두침침하고 황량한 역에 내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낡은 역사 앞, 뿌연 가로등을 향해 참새만한나방들이 몸을 부딪혀 댔고, 그 아래 제3의 사나이가 말했던 승용차 한 대가 매미의 성충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폴이 뒷좌석에, 나는 조수석에 앉았다. 제3의 사나이가 키를 꽂고 돌리자 몇 년산인지 분간할 수 없는 도요타 매미가 아무튼 죽을 때가 다 된 것은 확실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신음 소리를 툴툴 냈다. 그리고 헤드 라이트 불빛을 향해 참새만한 나방부터 메뚜기, 모기, 각종 풀 숲의 날벌레들이 가미가재 특공대처럼 마구 부딪혀 오는 어두운 길이 시작되었다. 제3의 사나이를 따라,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마을로 가는 길. 폴처럼 호주머니 속에 호신용 나이프를 움켜 ..

[4] 비밀의 서랍 속, 단 한 사람만이 가지는 보석

지금이면 여행객들이 하나, 둘 떠나거나일찌감치떠난 여행객들은 하나, 둘 돌아올 즈음이 되었다. 물론 그들이 패키지 여행으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돌아올지, 미지의 여행길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 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나는 장담할 수 있다. 패키지 여행은 당신이 가진 사진첩 속의 페이지는 늘려줄 수는 있어도, 당신의 재산이 되지는 못한다고. 당신을 보호하는 것은 코스와 일정과 시스템일 뿐, 그곳에 신은 없다고. 미지의 여행에서는 언제나 여행자를 보호하는 여행의 신이 어깨에 내려앉으며, 그 신은 고난의 길을 선택한 당신에게 무엇인가를 보여주게 된다고, 그리고 그것은 수십 억 인류 중에 단 한 사람만이 가지는 보석이 된다는 것을. 이란과 파키스탄 사이의 국경을 지나 파키스탄의 국경 도시, 그러니까 기차역이 ..

[3] 해 뜨는 아침의 나라로 - 밤 하늘을 흐르는 은빛의 거대한 강

반야와 헤어진 지 열흘 후 파키스탄의 국경 지대에서, 내가 탄 버스의 바퀴가 터지면서 부득이하게 사막에서 노숙을 하던 밤을 떠올린다. 한참을 기다리자, 버스가 지나간다. 사람들은 손을 흔들어 버스를 세우고, 승객들은 태우지 못하고 터진 바퀴만을 태운 채 버스는 떠난다. 사막의 지평선 너머로 해가 지기 시작하고, 터진 바퀴가 언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해가 지평선을 넘어가고, 밤이 와도 터진 바퀴는 도착하지 않는다. 버스 안은 땀 냄새와 야릇한 향수 냄새(이슬람 국가에서는 대중 교통을 이용하면 손에 향수를 발라준다.)로 가득 하다. 인샬라! 신을 벗고, 양말을 벗고, 담요를 덮고 잠든 승객들. 이슬람 전통 의상을 입은 사내 하나가 도로 가에 앉아 소변을 누고, 또 다른 사내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담배를..

[2] 다시 쓰는, 해 뜨는 아침의 나라로 - 반야에 대한 기억

여름이 왔다. 방학과 휴가의 계절. . 7월이란, 고속도로 위의 삶에서 맞이하는 휴게소의 전방 간판 같은 것, 당신이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나 지방도로로 벗어나지 않는 한, 목적지까지 가는 내내 일 년에 한 두 번 쉬어 가게 되는 .란 간판을 발견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 R, 나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응, 어인 일이래? 이런 시간에.- 이번 여름 휴가로 해외 여행을 좀 다녀오려고 계획을 하고 있던 중인데 네 조언을 좀 들을까 해서……좀 저렴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가 휴가철에 유럽을 갈 생각이라면 패키지 여행만큼 싼 상품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패키지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패키지가 아닌 여행을 하는 것 또한 두렵다고 말했다. 여행 비용을 최소한으로..

[1] 인류의 이상, 걸인과의 만찬

어제 내린 비로 가방은 축축해져 속에 들어있던 이 공책 역시 축축하다. 축축해진 공책에 축축한 사연을 적지 않으리라 마음 먹는다. 그러나, 나는 안다. 축축하기 보다는 목 메였던 계단에 대해서 적고 말리라는 것을. 부다페스트에서 크로아티아로 항해 가던 길에중앙 유럽에서 가장 크다는 발라톤 호수를 지나가게 되었고, 주변 풍경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에 취해 나는 그만 충동적으로 발을 내려놓고 말았다.(Inter-Rail Pass 는 지정지역내에서 무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회주의 국가에 대한 우리들의 칙칙한 선입견을 한꺼번에 씻어버리듯,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호수와 아름다운 건물들.새파란 호수의 크기는 또 바다같았으니. 역에서 가까운 숙소를 정하고 (나는 헝가리어를 못하기에 그들과 내내 손짓과 몸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