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침묵'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들어간 책은 무엇일까? 내 짐작엔 막스 피카르트의 일 것이다. 책 제목 탓에 펼치면 백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백지 대신 '침묵'을 주어로 한 문장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그 문장들 하나, 하나가 시가 되어 날아간다. 피카르트는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나왔던 침묵의 세계와 자신이 돌아갈 또 하나의 침묵의 세계 - 죽음의 세계 - 사이에서 살고‘ 있으며 '시는 인간 자신과 마찬가지로 한 침묵에서 다른 침묵으로 가는 길 위에 있다' 를 읽다보면 그가 쓴 문장이 시가 되어 이를 증명하고 있음을 눈치 챌 수 있다. 지상에 아직 침묵이 존재하고 있음을 가장 근래 느끼게 해준 장소는 검룡소였다. 굳이 피카르트가 얘기해주지 않더라도 도시란 이미 소..